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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1조회수 : 954

경찰학과 신이철 교수, 여성경제신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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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의료 인력 부족·경찰대 졸업생 이탈

"돈만 좇는다" vs "왜곡된 인센티브 체계"


의료진 사진

[출처: 연합뉴스]


필수 의료 인력 부족과 경찰대 졸업생들의 로스쿨 진학 증가가 사회 구조적 문제로 지속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의견이 엇갈린다.


2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응급의료와 치안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사회 인프라임에도 의사와 경찰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과 인센티브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종사자에게 사명감만 강요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필수 의료 진료과의 전공의 충원 실적이 저조한 상태로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복지부)는 '필수 의료 지원 대책-중증·응급·분만·소아 진료를 중심으로'를 통해 "필수 의료 분야인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는 비필수 의료 분야에 비해 연봉이 낮고 당직 근무 등 과중한 업무 부담이 있어 인력 유입이 저조하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비필수 의료에 의료 인력이 집중되고 지역 의료 체계가 붕괴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필수 의료 지원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공공정책 수가 도입 방안'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2018년 전공의 충원율이 101.0%에 달했으나 B 병원 신생아 감염 사건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2022년에는 28.1%로 급격히 감소했다. 2022년 전공의 지원 현황에선 비수도권의 경우 전공의 충원율이 평균 6.9%에 불과했다.


정부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해결책보단 인력 증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근본적인 개선 노력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복지부는 필수 의료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낮은 의료 수가 △과중한 업무 △의료 사고 소송 부담을 정확히 진단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근본적 문제인 '수가 개선'과 '업무 환경 개선' 등이 아닌 인력 증원 계획을 발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의견이 강세다.


경기도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 50대 여성 A씨는 자연 계열 학과에서 의대로 진학해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일해왔다. A씨는 27일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의사 직업이 고수익 직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같은 특수 분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사는 기대보다 낮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빚을 지고 있는 의사들도 많다"며 "의사들이 도덕적 프레임에 갇혀 자유롭지 않으며 법적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수가를 조정하면서 의사들의 활동을 제한한다. 정부가 의사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운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 제약과 도덕적 부담을 의사들이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 문제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잘못이 없는데도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많아 산부인과를 기피하게 된다"며 "필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적 판결의 개선과 경제적 보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A씨는 "이러한 현상이 국가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 의사들이 기대만큼 돈을 벌지 못하는 현실인데도 이공계 인재들을 의학 분야로 몰아넣고 있다. 사회가 의사를 비난하면서도 자식을 의사로 키우고 싶어 하는 모순이 문제"라며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 이공계 인재들을 육성해야 한다. 과학·철학·기술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적 투자와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대 졸업생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행이 전문 역량에 맞는 적절한 인센티브의 부족임도 문제시되고 있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찰대 졸업생 중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직한 인원이 12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경찰대 출신의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자는 2020년 59명에서 올해 92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졸업생 수와 맞먹는 인원이 로스쿨로 이탈하고 있다. 한 의원은 "경찰대가 국가 치안 인재 양성의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로스쿨 사관학교로 전락했다"며 경찰대 운영에 투입되는 국민 세금과 졸업생 이탈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지적했다.


일반 공무원들이 직업 만족도 부족으로 인해 면직하는 현상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 '2023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서도 공무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느끼는 흥미·열정·성취감 등을 측정하는 '직무만족 인식'은 지난해 평균 3.38점(중앙+광역), 3.26점(기초)으로 2020년 이후로 하락하는 추세다.


경찰대 졸업 후 지방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B 경위는 경찰대 졸업 후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이유로 현직에서의 직업 만족도 부족을 꼽았다. 그는 여성경제신문에 "경찰 공무원의 급여가 낮다. 학창 시절에 공부했던 것에 비해 직업에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 변호사 자격증을 따 보다 높은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대 졸업생들의 로스쿨 진학 현상이 공무원 대우 부족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대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일반 공무원들이 직업 만족도 부족으로 인해 면직하는 현상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경찰대생의 로스쿨행이 직업 안정성과 발전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며 필수 의료 인력 부족 또한 유사한 맥락임을 강조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 교수는 27일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경찰대 출신들이 로스쿨로 진학하는 이유는 승진과 직업적 만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변호사 자격을 통해 직업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며 "과거 경찰대는 수사권 독립을 위한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수사권이 경찰에게 이양되면서 그 역할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 경찰대 입학생 숫자는 120명에서 현재는 50명으로 줄었다. 경찰대 출신들은 과거처럼 안정적인 직위와 대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졸업 후 승진을 못 하거나 경찰 조직 내에서 만족하지 못할 경우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로스쿨로 진학하는 것은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경찰 조직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강화하고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사명감 부족'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단순히 사명감만으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경찰대 출신들이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은 사명감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 조직 내에서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경찰대 출신 인재들이 로스쿨로 이탈하는 현상은 손실일 수 있다. 다만 현재 경찰대의 필요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과거처럼 처우를 개선하기는 어렵다. 경찰대 축소와 관련한 논의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필수 의료 인력 부족도 유사한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필수 의료 분야의 현실이 경찰대와 비슷하다. 필수 의료 분야에서 전공의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보상에도 불구 5년간 버티는 것은 사명감 외에도 다른 혜택이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며 "의료인에게 사명감만을 내세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필수 의료 분야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경찰대 출신들의 로스쿨 진학처럼 필수 의료 분야를 떠나는 현상도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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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열악에···의사·경찰대생의 벼랑 끝 선택 [여성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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