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7조회수 : 1187
[2019 우수작] 문이 두들려도 안 열리면 내가 만들면 된다. - 김숙현(차문화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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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 쇼파에서 잠을 청하면서 ‘내일 눈이 뜨지 않을 수만 있다면......눈을 안 뜨게 해 주세요’라는 생각을 하며, 잠들 때가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힘든 시기는 찾아 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 때의 상처가 지금도 트라우마처럼 살을 애리듯 스쳐가곤 합니다.
2년의 투병 끝에 아버지가 중3 무렵 6남매을 두고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대학은 꿈도 못 꾸고 고등학교를 다니며 18살 때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경험과 자본이 없었기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당시 지인의 도움으로 노점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고 노점을 시작으로 작은 가게를 장만하게 되면서 저의 인생에도 대박은 찾아 왔습니다. 하지만, 대박과 함께 ‘자만과 교만’이라는 씨앗이 저의 마음속에서도 같이 움틔우고 있었습니다.
갖은 고생을 하며, 20년 가까이 모은 돈과 중간 정산된 남편의 퇴직금을 모두 투자하여 새로운 사업(커피숍)을 하게 되면서 모든 것을 다 잃었습니다. 하룻밤의 꿈처럼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게 된 것입니다. 사업에 실패로 인해 가정은 불안정하게 되었고 원망만이 항상 내 주변을 맴돌며, 나를 자꾸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당시 알았습니다. ‘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 지옥이라는 것을......’ 모든 것을 다 잃었다는 생각은 죽고 싶은 생각을 만들었고, 막상 죽으려고 맘을 먹었을 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힘든 시기는 그렇게 저를 어둠의 세계로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세상을 어둠의 세계로 물들게 했던 지긋지긋한 커피와의 인연이 또 다른 빛으로 찾아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몸과 마음은 모두 망가지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을 때 저의 사정을 알게 된 지인께서 봉사를 해볼 것을 권유 받으며, 시작된 커피와 차(茶) 관련된 교육원에서의 봉사는 새로운 인연들과의 만남을 만들어 주웠고 새로운 인생의 빛이 되어 도전이라는 문을 열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인생의 빛’이라는 문은 두드리면 열수는 있었으나, 그것 또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문득 ‘만약 오늘이 나에게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진정으로 열망하고 간절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떠오르게 되면서, 문이 없는 벽에 문을 만들고 싶은 강렬한 열정을 피어오르게 하였습니다. 강렬한 열정은 나를 보게 해 주웠습니다.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잊고 살았던 공부에 대한 열망이 꽃도 못 피고 꽃 봉우리로 웅크리고 있는 제 자신이 보게 되었고 고민 끝에 “원광 디지털대학”이라는 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4년이라는 대학생활은 많을 것들을 배우고 깨달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한 잔의 차와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인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잔의 차 속에는 편안함이 주는 여유를 시작하여 인내와 노력과 깨달음이라는 것이 깃들여 있었습니다. 아마 차문화경영학과 학우님들께서는 제가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이고, 한 사람의 아내이며, 며느리이자 딸로써 사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삶인 것 같습니다. 이런 위대한 삶속에서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 혼자 틈틈이 공부를 한다는 것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참으로 많이 갖게 하였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있어 대학생활은 사업의 실패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였던 생각 이면에 힘들고 지칠 때 마다 응원해주는 가족이라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게 해주었습니다. 그 당시 절망이라는 눈가리개는 아무도 날 이해 못하고 날 원망만할 것이라는 생각을 만들었고 그래서 항상 스스로 혼자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대학생활은 현실을 보게 해주웠습니다. 현실은 어느 누구도 날 원망하지 않았고 항상 내 곁에서 내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응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감사한데, 감사하다는 말을 못 한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가족들께 마음에만 있었던 감사의 인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있어 4년이라는 대학생활은 큰 선물 덩어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족의 사랑’이라는 선물은 가족의 안정을 주웠고 ‘나’가 아닌 ‘너’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선물을 주웠습니다.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이 되었을 때 원광디지털대학에 입학했을 때에는 없었던 상담심리학과가 개설이 되었습니다. 차(茶)를 공부하면서 받은 감사의 마음과 차(茶)의 정신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통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개를 전공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복수 전공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여유로 두고 생각을 하기로 하였으나, 1년 내내 복수 전공에 대한 욕심은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제에게도 갈등과 두려움이 있었으나, 가족이라는 응원의 힘과 차(茶)의 정신으로 도전 속에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담심리학과는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심리학이라는 것을 즐기고 있는 ‘나’라는 ‘내’가 서 있었습니다.
차문화경영학과 공부와 병행을 하며 상담심리학과 공부를 하면서 서로는 별다른 공부가 아닌 일맥상통한 공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차(茶)의 근본정신과 심리학자들의 이론은 어쩌면 너무도 닮아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들의 기본 정신은 앞으로 더욱 내가 살아가는 밑거름이 되어 나를 더욱 강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자리매김 되어 있습니다. 다른 공부를 전문적으로 해본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차문화경영학과에서 하고 있는 공부는 다른 학과 공부는 물론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어느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공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세계를 알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요즘 대학 생활의 끝이 아쉬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직도 배움의 목이 말라있는 것 같습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는 4년이라는 시간을 멀게만 느끼게만 했었는데, 어느 덧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내 스스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봅니다.
"숙현아, 그 동안 많은 시련과 고비를 잘 견뎌준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잘했어. 지금의 인내와 노력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거야. 아직 늦지 않았어. 이젠 너의 등 뒤에 접혀 있는 날개의 활짝 펴봐. 넌 분명 할 수 있어."
"네. 할 수 있습니다. "
왜냐하면 꿈이 생겼습니다. 차(茶)의 근본정신을 바탕으로 상담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가 가는 길에 장해물이 날 막는다면 천천히 굽이굽이 돌아 꼭 꿈을 이룰 것입니다. 이렇게 늦은 나이에 배움의 길을 열어준 모든 분께, 그리고 원광디지털대학에 감사를 표합니다. 모든 학우님들 애쓰셨습니다.
졸업 축하합니다.